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AQUIALICE 2018. 7. 3. 23:07

딸은 이제 결혼해서
옛날 말대로라면
출가외인인데

괜히 더 애기처럼
엄마한텐
내가 좋아하는 반찬 해달라고 하고

괜히 미용실 가는거보다
엄마가 잘라주는 머리가 좋다고
엄마한테 해달라고 하고

나는 자꾸만
엄마한테 기대고 싶어져.
우리엄마도 딸 시집갔다고
몸의 일부였던 큰 장기 하나가
없어진 기분들까봐

나는 그래도 앞으로도 여전히 또
엄마 딸이고
'역시 어쩔 수 없는 철부지 딸이네'
'역시 내가 필요하네' 하는게
차라리 더 좋을거같아서.

머리 잘라주면서
"시집가니까 좋냐" 하던 엄마말이
자꾸 목에 걸려서
괜히 미안하고 서럽고

그런 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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